트럼프 관세 전쟁에 불안한 경제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이겨 내리라. 견뎌내리라. 끝내 승리하리라. 우리 다 함께 이겨내리라." 트럼프 관세 전쟁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와중에서 숙적 미국과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었다. 경기 시작 2초 만에, 양 팀 선수가 장갑을 벗어던지고 주먹다짐을 벌였다. 급기야 집단 난투극으로 번졌다.
경기 보름 전, 트럼프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25% 관세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라고 조롱했다.
그러자 트뤼도 총리는 "미국인들에게도 후폭풍이 올 것"이라며 보복관세를 시사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미국의 무역 조치에 대응해 1,55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이런 갈등이 경기장에서 폭발했다. 관세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관세를 무기로 꺼내들었다.
트럼프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전 세계 모든 기업들에 대한 제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드세요." 이런 선전포고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 유럽과 중국도 들쑤셔놨다. 그 파도는 우리나라에도 예외 없이 몰려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치적 불안정성,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성장률 측면에서 봤을 때는 1% 중반. 그것보다도 약간 미진한 성장도 할 수 있는 그런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다.
관세 전쟁의 1차 표적이 된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상황부터 보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중국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전체 물량의 30%를 가져가는 삼성전자 TV 공장이 멕시코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USMCA라는 자유무역협정으로 맺어진 나라들이다. 관세 혜택을 볼 수 있고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물류도 용이한데다 미국보다 인건비도 저렴한 곳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많이 있다. 인건비 측면에서 우리가 미국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멕시코나 캐나다에 들어가서 전진기지를 만들고 관세 없이 국경을 통과해서 미국에 팔자는 전략으로 멕시코에 특히 많이 나가 있고 캐나다에도 나가 있다.
현재 멕시코에 진출했거나 투자한 한국 기업은 500여 곳이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자동차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대기업,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많다.
배터리 핵심 광물이 풍부한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130여 개에 이른다. 트럼프의 USMCA 무력화 시도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기업 7곳의 피해액만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의 표적은 국가에서 품목으로 확대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특정 품목에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보편 관세이다. 예외나 면제 없이 25%이다. 모든 국가에 해당된다. 작년에만 43억 달러, 약 6조 2천억 원어치의 철강을 수출할 정도로 미국은 우리 철강업계에 있어 가장 큰 시장이다. 2018년부터 연간 263만 톤 수출까지는 관세를 적용받지 않았다.
철강 관세가 25%면 우리나라 철강 업계의 피해는 연간 약 7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수출을 하지 않는 업체에까지 연쇄적으로 피해가 올 수도 있다. 수출을 못 하게 되면 그 제품이 다른 나라로 가든지 국내로 유입이 돼서 소진을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인데 지금 국내에서 저가의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가 이렇게 관세 전쟁을 확전 시키는 의도는 뭘까. 표면적으로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세수 확보, 일자리 창출 같은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물가 상승과 경제성장 둔화,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같은 미국이 겪을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트럼프는 관세 전쟁을 전 세계로 넓혔다. "무역에서 공정성을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에게 세금이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정확히 같은 수준의 세금과 관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상호 관세 동맹국이든 아니든, 품목을 가리지 않고 상대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도 관세를 부과한다는 선언이다. 환경규제, 기술장벽, 수출 보조금, 환율 정책 등 이른바 비관세 장벽까지 감안하겠다고 했다.
원칙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한 관세 폭탄이다. 관세는 수입되는 가격에 붙이기 때문에 미국의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이다.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안 그래도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관세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세계 최대 무역적자국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미국 내 생산 기지 부활이다.
트럼프는 상호 관세 부과가 시작되는 4월 2일 자동차와 반도체 관세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5%의 관세율이 예상된다. 한국의 연간 대미 자동차 수출은 347억 달러, 약 50조 원에 달한다. 전체 미국 수출에서 가장 많은 2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자동차 부품 수출은 한 1천억 달러 정도 된다.
미국에는 테슬라, GM, 포드 등 쟁쟁한 경쟁 업체의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공장이 있다. 미국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면 결국 미국 내 생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보조금으로 유인하는 대신 세금으로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우리는 그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미국 공업지역의 여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으로 흐를 수 있다. 2년 후에 중간선거가 있다. 그래서 과거 미국의 부, 번영을 상징했던 철강과 자동차에 성과를 좀 빨리 내야 된다.
반도체의 경우도 비슷하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내 첫 임기 때 삼성전자는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제 국경을 넘는 모두에게 적용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은 시스템 반도체와 HBM 생산 라인이다. 그런데 내년 가동되는 마이크론의 미국 공장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주력 시장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같은 경우는 최근에 중국 기업들이 물량 공세를 하면서 가격 덤핑의 저가 수출을 하면서 따라오고 있는 게 굉장히 빠른 상황이다. 또 미국 기업들이 마이크론 같은 기업들이 마켓셰어,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최후의 승자가 마이크론 같은 미국의 기업들이 될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문제는 다른 나라도 대응을 안 할 리가 없다는 점이다. 보복 관세 조치에 나서면서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 환율 불안 등 심각한 경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 관세 전쟁이 초기에는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반대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하기는 힘들다. 관세는 수단일 뿐이고 이를 발판으로 더 많은 정치적, 외교적 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이 있다.
각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주 앨버니지 총리는 트럼프를 설득해 "철강 관세에서 면제를 고려하겠다"라는 답을 받았다. 이시바 일본 총리는 벌써 백악관을 찾아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모디 인도 총리는 트럼프를 만나 미국산 석유와 LNG 수입을 약속했다.
하지만 계엄과 내란 사태로 우리나라는 협상 테이블의 지휘자가 사라진 상태이다. 미국 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한국의 피해 규모는 최악의 경우 수출은 62조 원, GDP는 0.67%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