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라면 이 승계를 주목하라
[CEONEWS=이재훈 기자]“현대가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
정몽준의 장남 정기선이 HD현대 수석부회장으로 올라섰다. 2025년 3월, 재계 5위 기업의 실질적 황제 자리에 앉은 그는 43세에 현대가(現代家)의 조선제국을 손에 쥐었다. 정주영의 손자뻘 되는 이 젊은 총수는 천운일까, 준비된 필연일까? CEO라면, C레벨 임원이라면, 예비 CEO라면 이 승계 스토리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왜냐? 여기엔 당신의 미래를 건 교훈이 숨어 있다.
정기선의 이야기는 현대가의 승계공식에서 시작된다. 2009년 현대중공업 입사, 2014년 현대글로벌서비스 상무, 2018년 3000억원 지분 증여, 2022년 사장, 그리고 2024년 수석부회장. 스탠퍼드 MBA 출신의 엘리트 코스에 혈통이라는 날개가 더해졌다. 하지만 이건 ‘금수저 신화’로 끝나지 않는다. 정몽준의 정치 네트워크와 HD현대의 배당금 파이프라인(수백억 원대)은 그의 등판을 위한 설계였다.
승계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조선업 불황 속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를 흑자로 돌린 실적은 그를 ‘능력자’로 포장했고, HD현대 사명 변경(2022년)은 그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였다. CEO들이여, 묻겠다. 당신의 후계자는 준비됐나? 아니, 당신이 후계자라면 이 정도 계산과 실행력을 갖췄나?
정기선은 친환경 선박과 디지털 전환을 외친다. 조선업의 미래를 건 과감한 베팅이다. 글로벌 시장이 탄소중립을 압박하는 지금, 그는 HD현대를 ‘그린 제국’으로 재편하려 한다. 성공하면 현대가의 영광을 재현하고, 실패하면 수조 원 자산이 흔들릴 판. 질문 하나. 당신 기업은 다음 먹거리를 찾았나? ESG가 유행어로 끝난다면, 정기선처럼 판을 흔들 준비가 돼 있나? C레벨 임원이라면 CEO에게 이렇게 물어라. “우리의 다음 10년은 어디서 나옵니까?”
정몽준은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국회의원을 거친 정치 이력으로 현대가의 위상을 키웠다. 이 네트워크는 정기선 승계의 숨은 방패였다. CEO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인맥은 어디까지 뻗어 있나? 정기선은 아버지의 방패를 물려받았지만, 당신은 스스로 방패를 만들 준비가 돼 있나? 예비 CEO라면 지금이 네트워크를 키울 때다. 업계에서 당신을 밀어줄 동맹군이 필요하다.
HD현대는 재계 5위. 정기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정몽준 시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 승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글로벌 조선시장의 패권을 쥐려면 그는 혁신과 실행의 칼을 계속 휘둘러야 한다. 실패하면 현대가의 신화도 흔들릴 수 있다.
CEO와 C레벨 임원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승계는 혈통이 아니라 전략이다. 당신 기업의 다음 세대는 누가 이끌고, 그 준비는 어디까지 됐나? 정기선처럼 돈과 피와 타이밍을 쥐고 흔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왕좌는 이미 위험하다. 예비 CEO라면 이 칼럼을 읽고 실행에 나서라. 정기선이 훔친 왕좌는 당신이 놓친 기회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