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CEONEWS 차장
이민영 CEONEWS 차장

[CEONEWS=이민영 기자] 윤석열 파면, 헌재의 만장일치 판결 뒤에 숨은 내막과 그 씁쓸한 후폭풍이 아려온다. 2025년 4월 4일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파면했다. 8대 0,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내려진 이 결정은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굵은 획을 그었다. 박근혜 이후 두 번째로 탄핵당한 대통령, 그것도 재판관 전원이 손을 맞잡고 “파면”을 외친 이 장면은 극적이라기보단 차라리 코미디에 가까웠다. 비상계엄이라는 무모한 도박을 던진 윤석열이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니, 이쯤 되면 정치적 자살이 아니라 자해 수준이라 불러야 할 지경이다.

만장일치의 내막은 헌재의 계산된 연극

헌재가 만장일치를 선택한 배경은 단순히 법리적 합의 때문만은 아니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과 내란죄 논란, 국회에 대한 군 투입, 중앙선관위 압수수색 등 윤석열의 행보는 하나하나가 헌법을 농락한 증거로 차고 넘쳤다. 문형배 권한대행이 결정문에서 “국민 신임을 배반한 중대한 법 위반”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만장일치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재판관 8명, 진보 3, 중도 3, 보수 2로 나뉘던 그들이 한목소리를 낸 건 분열된 여론을 의식한 ‘안전한 선택’이었다. 6대 2나 7대 1이라면 보수층의 반발이 거세질 테고, 헌재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 싫었을 터. 박근혜 때도 만장일치로 파면을 선고하며 국민 통합을 명분 삼았던 전례를 떠올리면, 이번 결정은 법보다 정치에 더 가까운 쇼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윤석열 측의 변론은 애초부터 승산 없는 싸움이었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과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운 궤변은 헌재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국회 측 증거—정치인 체포 지시, 의원 끌어내기 시도—가 사실로 인정되며, 윤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에서 헌정 파괴자로 낙인찍혔다. 헌재가 이 모든 소추 사유를 하나씩 받아들인 건, 윤석열이 남긴 족적이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판관들이 스스로를 ‘역사의 심판자’로 포장하고 싶었던 욕망도 한몫했을 것이다.

혼란 속에 피어나는 기회주의자들

이제 윤석열은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그는 경호를 받으며 내란죄 재판을 기다릴 처지다. 하지만 이 파면이 대한민국에 평화를 가져올 거라 기대한다면, 그건 순진한 착각이다. 헌법 제71조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수행하고, 6월 3일까지 조기대선이 치러지겠지만, 그 사이 정국은 진흙탕 싸움판으로 변할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은 벌써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그는 탄핵 정국을 주도하며 중도층까지 끌어안는 데 성공했다. 여론조사에서 47%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2017년 문재인의 촛불 민심과 맞먹는다. 반면 국민의힘은 혼란의 늪에 빠졌다. 김문수가 9%로 당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도층 확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동훈은 윤석열과의 갈등으로 자멸했고, 오세훈과 홍준표는 제 살 깎아먹기 경쟁 중이다. 보수 진영이 단일 후보를 내세우지 못한다면, 이재명의 당선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문제는 이재명이 당선되더라도 그가 약속한 ‘진짜 대한민국’이 과연 무엇이냐는 점이다. 경제 회복과 사회 통합을 외치지만, 그의 강경한 이미지는 또 다른 분열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후 재편에 나서겠지만, 보수층의 실망과 분노는 극우 세력의 부상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윤석열 파면은 한 명의 몰락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진영 싸움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다.

정의는 승리했나, 아니면 그냥 쇼였나?

헌재의 만장일치 결정은 법치와 민주주의의 승리로 포장되겠지만, 그 이면에는 냉소적인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윤석열은 무모한 권력욕으로 자멸했고, 헌재는 안전한 판결로 체면을 지켰다. 이재명은 기회를 잡았고, 국민의힘은 허우적거린다. 국민은 또다시 정치 쇼를 보며 환호하거나 분노할 뿐, 실질적인 변화는 요원하다. 6월 대선이 끝나면 우리는 또 똑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래서 뭐가 달라졌나?” 아마 답은 없을 테지만, 그게 한국 정치의 민낯 아니겠는가. CEONEWS는 이 혼란의 시대를 날카롭게 기록하며, 독자 여러분께 씁쓸한 진실을 전할 것이다. 창간 26주년,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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