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 본지 총괄 에디터
김병조 본지 총괄 에디터

[CEONEWS=김병조 기자] 오래전에 어떤 경제 전문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앞으로 SK가 삼성을 능가하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SK에는 고객 DB가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SK그룹의 경우 통신사 SK텔레콤 가입자와 SK플래닛에서 운영하는 마일리지 시스템인 OK캐시백 회원의 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SK텔레콤 가입자는 2,300만 명이나 되고, OK캐시백 회원 수는 2,800만 명이나 됩니다. SK에게는 회원 DB가 곧 자산이고 생명인 셈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회원 DB를 활용해 무슨 마케팅이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최근 SK텔레콤의 유심(USIM)이 해킹을 당해 SKT 가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직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불안한 고객들을 위한 대응도 아주 미숙합니다. 유심을 무상으로 교체해주겠다고 했지만, 확보된 유심에 비해 교체하고자 하는 고객이 더 많아 또 다른 불편함을 주고 있습니다.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유심을 교체한 가입자는 28만 명에 불과하고, 온라인을 통해 교체를 예약한 이용자는 432만 명이나 됩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요? 고객의 소중함을 모르거나, 알고도 그 가치를 소홀히 취급했기 때문 아닐까요? 스마트폰의 핵심은 유심인데, 그것이 해킹당하도록 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입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SK텔레콤은 생명과도 같은 자산인 고객 DB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무겁습니다.

이번 유심 해킹 사태뿐만 아니라 SKT는 그동안 고객 관리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저는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 넘게 SKT만 이용해왔습니다. 그런데 2년 전 그렇게 오랫동안 이용하던 통신사를 바꿨습니다.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SKT 본사의 장기 고객 관리팀이라면서 전화가 왔는데, 장기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새로 나온 단말기를 교체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데 잘 알아듣지는 못하겠고, 중요한 건 매달 요금은 같은데 새 단말기를 준다기에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요금에 교체한 새 단말기 가격이 분할 청구되고 있었습니다.

본사 고객상담실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단말기를 교체해준 쪽은 본사 소속이 아니고 영업 대리점이라는 거였습니다. 속았습니다. 나처럼 당한 사람이 많을 텐데 본사에서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본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였습니다.

본사 감사실에 민원을 넣을까, 아니면 소비자원에 고발할까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통신사를 옮기고 말았습니다. 이번 유심 해킹 사태로 통신사를 옮기는 SKT 고객들도 많을 겁니다. 소중함을 알지 못하면 잃어도 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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