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이재훈 기자] 대한민국 정부가 마침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도입키로 함에 따라 금융계의 판이 뒤집힐 전망이다. 금융의 심장이 바뀔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디지털 화폐의 유행에 동참하는 차원을 넘어, 금융권 전체의 판을 뒤집는 일대 사건이다. 글로벌 금융의 게임 룰이 이미 달라졌고, 이제 한국 금융권도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디지털 화폐다. 법정화폐나 실물자산의 가치를 기준으로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이 화폐는 이제 전 세계 각국에서 급속히 금융 시스템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제 한국 금융권이 기존 현금 중심의 사고를 버리고 디지털 화폐 시대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라는 신호탄인 셈이다.
세계의 흐름은 이미 글로벌 표준이 된 스테이블코인.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미 2024년 기준 2,500억 달러(약 327조 원) 규모로 성장했고, 2030년까지 1조 달러(약 1,309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USDC와 테더(USDT),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유로화 등 각국 정부와 민간에서 발행한 다양한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며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근본을 바꾸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찌감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디지털 화폐 패권을 선점했다. 중국은 이미 2억 7,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일평균 거래액만 100억 위안(약 1조 8,000억 원)을 돌파했다. 미국 역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시장규모가 2024년 기준 약 900억 달러(약 117조 원)에 달하며,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는 이제 단순히 화폐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금융 질서 자체의 디지털 재편을 뜻한다. 현금 없는 사회를 넘어, 현금 자체가 ‘디지털 토큰’으로 바뀌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따라잡기 급급한 금융 생태계에 불과한 현실이다. 한국의 디지털 화폐 준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 결제가 보편화됐다고 하지만, 이는 기존 은행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 결제 서비스일 뿐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진정한 디지털 화폐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2023년 한국은행이 CBDC 테스트를 마쳤지만, 실질적 활용은 아직 제한적이다.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식화한 만큼, 이제 금융권이 직면한 문제는 명확해졌다. 은행, 카드사, 결제 서비스 기업 모두 새로운 생태계에 빠르게 적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특히 기존 금융기관들은 ‘안정성’이라는 명분 아래 디지털 혁신에 미온적이었고, 그 결과 한국의 금융 생태계는 이미 글로벌 경쟁자들에게 크게 뒤처져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대세로 금융산업의 충격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금융산업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 것인가?
첫째, 결제와 송금의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진다. 현재 국내외 송금은 여전히 수일이 걸리고, 수수료 부담도 크다.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국내외 송금이 사실상 실시간으로 가능해지고, 수수료도 대폭 낮아진다. 이는 소비자의 편익 증가를 넘어 기존 금융기관의 주요 수익원인 결제 및 송금 수수료 사업을 뿌리째 흔들 것이다.
둘째,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이 극대화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는 거래내역이 공개돼 있어 자금세탁 방지, 탈세 방지 등 금융 당국의 감독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금융권은 그만큼 투명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이다.
셋째, 금융의 주도권이 전통적 금융기관에서 IT기업 및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전된다. 페이스북의 디엠(Diem, 구 리브라), 중국의 위챗페이 등이 이미 금융 플랫폼화에 성공했고, 이제 이들은 디지털 화폐까지 통합하며 전통 금융기관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금융산업의 판을 흔들 것이다. 디지털 화폐 시대, 금융업은 살아남을 준비가 되었나?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한국 금융산업은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가? 금융당국과 업계는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원화(CBDC)와 민간에서 도입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과 공존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디지털 원화 도입을 단지 결제 수단의 변화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혁신과 산업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민간 금융기관도 더 이상 기존 시스템 유지에 안주할 여유가 없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플랫폼 구축,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 등 신속한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의 생존은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빠르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한국 금융의 마지막 경고일지 모른다. 세계가 이미 디지털 화폐의 시대로 달려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뒤늦게 이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금융권은 당장 눈앞의 규제와 기존 수익원을 놓치기 싫어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판을 흔들고 새로운 게임 룰을 만들어가야 한다. 금융 산업은 이미 디지털 화폐라는 쓰나미가 덮쳤다. 살아남으려면 이제부터라도 과감한 혁신이 절실하다.
이제 남은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곧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다. 금융권이 디지털화폐 시대로 살아남으려면, 지금 당장 달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