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이완성 칼럼니스트] 우리사회의 지도계층들에 대한 신뢰도에 조사한 자료에서 한국인들은 가장 믿을수 없고 신뢰하지 않는 대상이 정치인이라고 꼽는다는 보도를 보았다.
최근 우리 국회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굳이 이런 조사를 보지 않아도 누구나 그럴 것이다라고 공감하리라. 신뢰받지 못하는 정치가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갈지...이 조사결과를 보며 2000년 전 중국의 정치인을 떠올린다.
중국인들에게 역사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진시황제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영어 이름인 차이나(China)도 바로 진(秦)나라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춘추전국 시대 초기에 진나라는 강대국이 아니었다. 초(楚)나라처럼 넓은 영토와 인구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제(齊)나라처럼 풍부한 자원과 지리적 잇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전국시대로 들어서면서 진나라는 법가(法家)사상을 받아들였다. 이후 체제를 정비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여 초강대국으로 발돋움 했고 시황제 때 마침내 전국을 통일했다.
진나라 효공(孝公)은 그의 앞에 서있는 인물이 그리 미더워 보이지는 않았다. 몇마디 물어봐서 변변치 않으면 지난번 처럼 이자를 내치리라 생각했다.
“우리 진(秦)은 땅이 넓지도 않고 백성들의 숫자도 많지 않소 그렇다고 물자가 풍부한 나라가 아니오 어찌하면 강해질수 있겠소?”
상앙(商鞅)은 긴장하지 않을수 없었다. 적지않은 돈으로 환관을 매수하여 어렵사리 효공과의 두번의 면담이 이루졌다. 하지만 효공은 그 때마나 상앙의 말을 지루해 하고 하품까지 하며 자리를 뜨는둥 퇴짜를 맞은 것이다.
상앙은 이번 기회마저 효공의 마음을 사지 못하면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농업을 장려하고 군사를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케 하려면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합니다”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것은 무얼 어떻게 하는 것인가?”
효공은 호기심이 생겨 다시 물었다.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공을 세운 자에게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자에게 벌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정의 위신이 서고 나라에서 하고자 할 일들이 뜻대로 시행될 것입니다.”
순간 효공은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이후로 효공은 상앙과 머리를 맞대며 몇날 몇일간 강한 진나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다.
효공은 상앙을 좌서장(左庶長)으로 삼아 법률제도 개정령을 제정하여 정치 개혁에 착수했다.다.
▲ 중국 한(漢)나라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史記)'. 삼황오제부터 한(漢)나라 무제까지의 역사를 총 130편으로 기록하고 있다.
효공이 힘을 실어준 덕분에 상앙은 강력한 법치를 실시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가 살펴본 진나라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진나라는 법은 있어도 법을 따르는 백성도 관리도 없는 사회였다. 국가의 정책이 하도 오락가락 하다 보니 백성도 관리도 법령을 믿지도 않았다. 그러니 법이 제대로 집행되리 만무였다.
아무리 훌륭한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도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런 슬모가 없는 것이다. 이를 고민하던 상앙은 한번 영을 내리면 국가에서도 그대로 착오없이 시행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상앙은 법령을 반포하기 전에 일종의 이벤트를 실시했다. 남문 앞에 작대기를 하나 세워놓고 이것을 북쪽문 앞으로 옮겨다 놓으면 금 10金을 준다고 방을 붙였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말을 믿고 작대기를 옮기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다음날 이번에는 50금을 준다고 방을 써 붙였다. 그래도 아무도 옮기려는 자가 없었다. 한참 지나 허름하게 생긴 사람이 속는셈 치고 작대기를 북문으로 옮겨 놓았다. 상앙은 작대기를 옮긴 사람에게 곧바로 50금을 포상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 나라가 들끓었고 사람들은 상앙이야말로 한번 말하면 그 말대로 한다는 사람임을 굳게 믿게 되었다.
상앙은 그제서야 법령을 발표하고 엄격한 법치제를 시행했다. 상앙이 제정한 법의 내용은 엄벌주의, 연좌제, 밀고의 장려, 신상필벌 지상주의 였다.
법을 지키 않는 자가 처벌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러한 시람을 보고도 밀고하지 않은 사람도 똑같이 처벌했다.
법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나자 사람들은 못살겟다고 아우성쳤다. 법의 엄격함도 그렇지만 10호 담당제처럼 누가 법을 지키지 않나 이웃끼리 눈을 부라리며 감시해야 하는 피곤함이 이루 말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법을 지키는 데에는 신분의 귀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가 없었다. 한번은 태자가 법을 위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
상앙은 법에 따라 태자를 처벌하려고 했다. 그러나 군주의 뒤를 이을 태자를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신 태자의 교육을 담당했던 태부의 코를 베는 등 측근을 엄하게 처벌했다.
법적용 있어서도 예외 없이 비교적 공평하게 함으로써 진나라 백성들은 국가가 시행하는 법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법의 엄격함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쳤지만 10년이 지나자 법에 익숙해져 오히려 더 만족스러워 했다고 한다.
길에서 남의 물건을 줍지 않고 산과 들에는 도둑이 없어졌고 전쟁에 나가서는 용감하게 싸우는등 나라가 잘 다스려져 갔다.
이 고사성어의 얘기로 상앙의 강력한 법가정책이 옳다고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간의 신뢰가 무엇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앙은 작던 크던 국가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백성들의 마음에 심어준 것이다. 어떤 제도나 정책을 시행할 때 신뢰가 얼마나 중요하냐를 보여준 단적인 예로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이목지신(移木之信), 나무를 옮겨서 얻은 믿음'이라는 말이다.
선거철이 되면 정당과 정치인들은 무수한 공약을 내걸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냉소적이고 그 공약이 이루어 질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선거 이후에도 국회나 언론에서 정치인들이 말하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우리 국민은 참으로 보기 어렵다.
너무 오랫 동안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지도층 인사들을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불신의 골이 깊어져서 국가가 새로운 제도나 정책을 시행할 때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리학자 에릭프롬(Erich Fromm)은 "청년의 미래는 희망에 달려있고 국가의 미래는 신뢰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건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최근 폭력과 고성이 난무하는 우리 국회와 정치인들의 모습을 듣고 보며 우리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좋은 제도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서로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너무 흔해진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