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전영선 기자]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굴레인가, 노동자의 마지막 보루인가?" 2025년 여름, 노조법 2·3조 직접 개정안을 일컫는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하지만 이 뜨거운 논쟁 속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은 정말 노동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기득권·행동주의 펀드를 겨냥한 유령법에 불과한가? 그 팩트를 짚어본다.
‘판례의 재탕’ vs ‘새로운 질서’
노란봉투법 찬성 측은 “새로운 법이 아니다, 이미 대법원 판례가 지표로 삼은 원칙을 입법으로 확정한 것”이라 주장한다. 2010년 현대중공업 판결, 2023년 CJ대한통운·현대제철·한화오션 사건 등 법원이 수차례 확인한 ‘실질적 지배력=사용자 성격’과 ‘손배 책임에 대한 조합원 지위·기여도 고려’ 원칙을 법률조문에 반영했다는 논리다. 반면 반대 측은 “판례를 따르는 수준이 아니라,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무제한 확대하고, 사업주의 기본 권리를 억누르는 전형적 ‘노조 퍼주기법’”이라 몰아붙인다. 경제계는 이 법이 원·하청 구분 없는 교섭·쟁의권을 보장함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권과 경영 자율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청 노동자 vs 원청 경영자, 그늘 속 진실
현행 노조법 2조가 ‘사용자’를 계약 당사자로만 한정함으로써 빚어진 현장 혼란은 분명 심각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고용·안전·보수 전반을 사실상 결정하면서도 법적 교섭 당사자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수년간 갈등과 소송을 반복해야 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이미 인정한 판례를 넘어서는 추가 입법이 정말 필요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CJ대한통운·현대제철 사건 모두, 현장은 ‘사용자 개념 확장’을 이미 받아들였고, 법원도 이를 확인했지만, 기업들은 판례 존중만으로도 충분히 교섭 관행을 바꿀 준비가 돼 있었다. 즉, ‘현장 혼란 해소’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약하다.
개인 손배제한, 과연 ‘완전 무죄’인가
노조법 3조 개정안은 ‘조합원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위·기여도별로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2023년 대법원이 “조합원에게 무차별적 손배 청구는 과도하다”며 판시한 원칙을 담았지만, 여전히 기업이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다. 쌍용차(174억), KEC(306억), 철도공사(646억)까지, ‘손배 폭탄’이 노동탄압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개정안은 ‘완전 면제’가 아닌 ‘제한적 면책’에 그쳤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결국 개인에게도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면, 진정한 보호법이라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사 대결 구도만 격화시킬 뿐”
경총·상의·전경련 등 경제 6단체는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한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만능주의를 대표하는 사례다. 이미 판례로 해결된 영역을 법률이 또다시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분쟁만 늘릴 것이다. 원·하청 대결 구도를 격화시키고, 행동주의 펀드·노동운동 세력이 국내 기업 환경을 과도하게 흔들 수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고용유연성·투자·기술혁신 모두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 상법·공정거래법에 이어 노조법까지 노동계의 점진적 영향력 확대를 법제화하는 것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크다.
정치 논리의 승리인가?
이 법안은 노동계 표심을 겨냥한 여당의 정치적 카드를 넘어 ‘공정 성장’이라는 구호와 결합돼 국회 문턱을 앞두고 있다. 야당은 “입법 예고 없이 노사 이해관계 조정 없이 일방 처리”라며 반발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법안 시행 후 미시적 보완’을 전제해 강행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균형’은 어디에?
노란봉투법은 ‘판례의 입법화’인가, ‘노동기본권의 대폭 확대’인가, 혹은 ‘기업 규제 강화’인가. 중요한 것은 한쪽의 목소리에 경도되지 않고, 진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균형점이다. 기업과 노동자, 원청과 하청, 정치권과 법원 모두가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여야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 ‘법 제정’을 밀어붙일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가장 약한 고리인 현장의 노동자와 경쟁력을 잃은 기업뿐일 것이다. “노란봉투법,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그 물음에 답하는 것이, 진정한 국회의 역할이자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