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돈의 성격은 사람을 닮는다.
CEONEWS 'CEO DNA 애널리스트 9화'에서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를 해부한다.
이 둘이 만나자 ‘가치 투자’는 철학이 되었고, 철학은 압도적 성과로 증명됐다.
오늘, 우리는 전설의 듀오를 해부한다.
누가 더 위대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완성’했는가.
먼저, 버핏. 그는 단순함으로 세상을 이긴 투자자다. “이해할 수 없는 사업엔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포트폴리오는 누구나 아는 기업들로 채워졌다.
코카콜라,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복잡한 공식 대신 ‘좋은 사업을 오래 보유하라’라는 한 문장.
시장이 요란할수록 버핏은 더 조용해졌다.
평생의 답은 늘 같았다. 훌륭한 사업과 합리적 가격과 긴 시간.
이제, 멍거. 그는 단순함을 ‘수학’이 아닌 ‘지성’으로 보호했다.
심리학·경제학·역사·물리학을 엮은 ‘정신 모델’ 격자.
숫자만 보지 말고 인간을 보라, 재무제표 뒤의 습관과 인센티브, 그리고 경쟁우위를 보라.
멍거가 더한 한 방울이, 버핏의 저가매수를 ‘품질 중심’으로 진화시켰다.
싸구려 대신 ‘훌륭한 기업을 적정가에’—가치투자의 2.0이 여기서 탄생했다.
의사결정은 달랐다.
버핏은 번개처럼 판단한다.
사업의 본질, 경영진, 해자의 깊이를 단번에 읽고 결론을 낸다.
반면 멍거는 1차 원리부터 해체한다.
반박할 수 없는 논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린다.
속도 vs 근거. 그러나 둘은 충돌하지 않았다.
빠른 직관은 느린 논리에 의해 검증되고, 느린 논리는 빠른 직관에 의해 현실성이 확보됐다.
속도와 정확도의 ‘동시 달성’—그게 버크셔 방식이었다.
리더십도 대비된다.
버핏은 대중적 카리스마다.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 불리는 주총에서 그는 복잡한 개념을 햄버거와 야구로 번역해낸다. 실수도 숨기지 않는다.
반면 멍거는 지적 멘토다. 소크라테스식 질문으로 상대가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든다.
그리고 늘 이렇게 전제한다. “내가 틀릴 수 있다.”
같은 목표를 향한 다른 방식, 다른 방식의 합이 같은 결론에 닿을 때 신뢰는 공학처럼 단단해진다.
이제 성과다. 1965~2023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복리 수익률 19.8%. 같은 기간 S&P 500은 10.5%. 1,000달러가 S&P에선 약 24만 달러, 버크셔에선 약 3,700만 달러.
숫자는 입을 다물게 만든다. 그러나 이 듀오는 수익률 이상의 유산을 남겼다.
‘유행 쫓기’가 아닌 ‘원칙 지키기’, 분기 실적이 아닌 10년의 안목, 지배구조와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태도.
투자라는 행위의 품격을 올려놓았다.
공통 DNA는 명확하다.
첫째, 평생학습. 버핏의 500페이지, 멍거의 ‘걸어다니는 도서관’.
둘째, 실패관리.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능력—손실을 비용이 아니라 수업료로 처리하는 태도.
셋째, 장기주의. 시간은 위대한 기업의 동지이자 평범한 기업의 적이라는 신념.
넷째, 원칙.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울 때 탐욕스러워지는 역발상.
규칙은 간단하지만, 인간심리는 복잡하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가치가 있다.
하지만 2023년 11월 28일, 멍거가 떠났다.
버핏은 말했다. “찰리 없이는 오늘의 버크셔도, 오늘의 나도 없다.” 끝인가? 아니다.
좋은 파트너십은 사람이 떠나도 시스템으로 남는다.
버크셔의 문화, 투자 체크리스트, 보상 구조, 주주서한의 투명성—멍거의 사고는 조직의 프로토콜로 승화되었다.
이것이 ‘지속되는 유산’의 증거다.
이제 우리의 투자 메모를 적자.
메모 1. ‘싼 것’이 아니라 ‘가치’를 사라. 가격은 정보, 가치는 해석이다. 해석은 독서와 사유에서 나온다.
메모 2. ‘직관’은 훈련된 데이터베이스다. 많이 보고, 오래 보라. 많이 읽고, 곧장 써먹어라.
메모 3. ‘느리게’ 결정할수록 ‘빨리’ 손실을 막는다. 반박가능성을 끝까지 추적하라.
메모 4. ‘파트너’를 선택하라. 나의 맹점을 보완해줄 사람, 나의 속도를 교정해줄 사람. 투자는 종종 팀 스포츠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버핏과 멍거의 위대함은 어디서 왔는가? 돈에서? 아니다. 태도에서 왔다.
배울 준비가 된 태도, 틀릴 준비가 된 태도, 기다릴 준비가 된 태도.
태도가 습관이 되고, 습관이 시스템이 되고, 시스템이 성과를 낳는다.
전설은 재능이 아니라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결론. 워런 버핏 vs 찰리 멍거? 아니다. 워런 버핏 플러스 찰리 멍거다.
‘직관과 논리’, ‘카리스마와 멘토링’, ‘속도와 정확도’.
서로 다른 DNA가 맞물릴 때, 시장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진짜 거장은 떠나도 철학은 남는다.
그리고 철학이 남으면, 기회는 다시 온다.
오늘 당신이 할 일은 단 하나.
당신만의 멍거를 찾고, 당신만의 버핏이 되는 것.
그리고 지금부터 10년의 시간을 편에 붙이는 것.
CEO DNA 애널리스트에서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