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조건' 통화 스와프가 협상 타결의 실마리 될 듯
{CEONEWS=김병조 기자}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막바지 샅바싸움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간에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대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대로 끌려가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데, 이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하면서 일본과 같은 방식의 협상 타결을 압박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30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예고한 상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우리나라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는 직접 현금을 투자하는 지분 투자는 5% 정도로 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보증으로 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외화 보유액은 4,163억 달러 수준이고, 현재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달러 규모는 연간 200~300억 달러 정도여서 3,500억 달러를 전부 현금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정부는 현금 투자를 하려면 한미 간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필요조건’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 중인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4일 뉴욕에서 “상업적 합리성에 맞고, 우리가 감내 가능하고 국익에 부합하며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협상 중”이라며 “시한 때문에 그런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과의 합의처럼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한국의 대미 투자 금액이 3,500억 달러(약 490조원)라는 점을 재차 언급하면서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를 3,500억 달러에서 더 늘리려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러트닉 미국 상무부장관이 비공개 자리에서 한국 관게자들에게 한국의 대미 투자 자금 중 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제공되는 비율이 더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투자 방식뿐만 아니라 투자한 재원을 어디에 투자할지, 또 수익은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양국 모두 협상 막바지에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 초에는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협상 타결의 실마리는 우리나라가 ‘필요조건’으로 주장하고 있는 한미 간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성사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