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라는 극약처방, 서울집값 잡을까?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2025년 10월 15일, 이재명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시장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이전의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에도 잡히지 않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서울시 전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에 더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3중 규제로 꽁꽁 묶는 초강수다. 사실상 현금 부자가 아니면 서울에서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들어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극명하게 엇갈리며 갑론을박이 뜨겁다. 과연 정부의 극약 처방은 과열된 서울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묘수가 될까, 아니면 시장 기능을 왜곡하는 무리수가 될까. 긍정과 부정, 양측의 대립각을 세워 10.15 부동산 정책의 의도와 배경, 그리고 미래 전망을 심층 분석했다.
■ "투기 수요와의 전면전" 선포
이재명 정부가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앞서 발표한 두 차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2021년 고점 수준에 육박하는 등 과열 양상이 지속되었다. 특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주택을 구입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허가받은 자는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지게 하는 제도다. 이는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정부는 이 제도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함으로써 투기 세력이 발붙일 곳을 없애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시가에 따라 15억~25억 원 구간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구간은 2억 원으로 대폭 축소하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를 상향하는 등 강력한 금융 규제를 병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상 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의 문턱을 크게 높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막고, 오직 자금 여력이 충분한 실수요자만 시장에 진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투기 심리를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세로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긍정측면, 단기 집값 안정 효과, 투기 근절 기대
"실수요자 중심 시장 재편의 첫걸음"
10.15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무엇보다 투기 수요 차단 효과에 주목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적 매수세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과거 강남 등 주요 지역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었을 때,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찬성론자들은 이번 조치가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하기에 과거의 ‘풍선효과’(규제 지역을 피해 인근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현상)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지역만 규제할 경우 투기 수요가 비규제 지역으로 옮겨가며 또 다른 과열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지만, 서울 전체를 묶음으로써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강력한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리한 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 관행에 제동을 걸어, 집값 하락 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로 거래 절벽을 야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택 시장을 투기판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의 건강한 시장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가격이 안정되면 청년층과 무주택 서민에게도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부정측면, 과도한 재산권 침해, 시장 왜곡 심화
"현금 부자만 웃는 반쪽짜리 정책"
반면, 이번 대책이 시장 원리를 무시한 과도한 규제이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재산권 침해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등 실거주 목적으로 이사해야 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주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정부가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출이 막히고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면서, 오직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만 서울 주택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자산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평범한 월급 생활자나 신혼부부 등에게는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의 공급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집을 팔고 싶어도 실거주 의무 기간에 묶이거나,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요 억제로 집값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켜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 시장으로의 수요 쏠림 현상, 즉 ‘전세 대란’을 경고한다. 매매 수요가 전세로 전환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이는 결국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시장 분석가는 “수요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정책은 반드시 풍선효과와 같은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라며 “공급 확대라는 근본적인 해법 없이는 시장 왜곡만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안갯속 서울 부동산, 성공의 열쇠는 ‘일관성’과 ‘공급’
10.15 대책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거래 절벽’과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규제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는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성공 여부가 ‘일관성’과 ‘공급 시그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정책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수요 억제책에만 머무르지 않고, 도심 고밀도 개발 및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등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도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완전히 걷어차지 않는 정교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킬 강력한 처방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처방이 시장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앞으로의 정책 운용과 시장과의 소통에 달려있다. 서울 집값의 향방을 둘러싼 거대한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