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명가' LS,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 도전
'비전 2030' 내건 막내 사촌 회장, 공격적 M&A로 그룹 체질 개선  
배터리·전기차·반도체 신사업 확장 vs 재무부담 증가 '양날의 검' 

구자은 L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2022년 3월, LS그룹 회장에 오른 구자은(61) 회장이 그룹 경영 3년차를 맞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사촌 경영'의 전통 속에서 안정적 성장을 추구해온 LS그룹이 구 회장 체제 이후 'CFE(탄소 배출 없는 전력)' 중심의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전선과 전력기기라는 전통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배터리 소재, 전기차 부품, 반도체 관련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그의 전략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M&A로 인한 재무 부담 증가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막내 사촌'에서 'CFE 승부사'로 변신한 구자은 회장의 경영 전략과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 30년 현장 경험 쌓은 '실무형 총수'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독일 하노버 메세 2024의 LS일렉트릭 부스에서 Sightmachine 데이터플랫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독일 하노버 메세 2024의 LS일렉트릭 부스에서 Sightmachine 데이터플랫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구자은 회장은 1964년생으로 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LS그룹 특유의 '사촌 경영' 시스템에서 '자(Ja)'자 돌림 8형제 중 막내로, 그의 경영 수업은 화려한 '황태자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1990년 LG정유(현 GS칼텍스)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LG전자를 거쳐 LS그룹 분리 후 LS전선, LS일렉트릭, LS엠트론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특히 LS엠트론 대표이사 시절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트랙터와 사출기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턴어라운드를 이끌어낸 것은 그의 실무 경영 능력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전선·금속 부문이 분리되며 설립됐다.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동생들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3형제가 주축이 된 이 그룹은 장자 승계가 아닌 사촌 형제들이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췄다. 故 구자홍 초대 회장, 구자엽 현 LS전선 회장, 구자열 전 회장을 거쳐 구자은 회장에게 바통이 넘어왔다. 재계 관계자는 "LS의 사촌 경영 시스템은 구 회장에게 그룹 전 사업을 횡단하며 경험을 쌓는 최적의 트레이닝 기간을 제공했다"며 "회장 취임 전 이미 그룹의 강약점을 파악한 '준비된 리더'였다"고 평가했다.

■'CFE'라는 깃발 아래 공격적 M&A 드라이브

구 회장이 제시한 핵심 비전은 'CFE(Carbon-Free Electricity)'다. 2030년까지 자산 50조 원 규모의 CFE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그는 취임 직후부터 공격적인 M&A와 투자에 나섰다.
구 회장이 제시한 핵심 비전은 'CFE(Carbon-Free Electricity)'다. 2030년까지 자산 50조 원 규모의 CFE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그는 취임 직후부터 공격적인 M&A와 투자에 나섰다.

구 회장이 제시한 핵심 비전은 'CFE(Carbon-Free Electricity)'다. 2030년까지 자산 50조 원 규모의 CFE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그는 취임 직후부터 공격적인 M&A와 투자에 나섰다. 주요 행보를 보면 2022년 E1과 합작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하는 'LS E-Link'를 설립했고, 같은 해 전기차 릴레이 등 부품 사업 강화를 위해 'LS이모빌리티솔루션'을 물적분할했다. 2023년에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인 울트라커패시터(UC) 전문 자회사 'LS머트리얼즈'를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했고, 2차전지 양극재 기업 L&F와 전구체 합작사를 설립하며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에도 본격 진출했다.

구 회장은 "전선 없이는 AI도, 반도체도 없다"며 기존 전선·전력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룹의 미래가 전선에만 머물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을 명확히 했다. 그가 내세운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전략은 기존 강점인 전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구 회장은 "전선 없이는 AI도, 반도체도 없다"며 기존 전선·전력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룹의 미래가 전선에만 머물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을 명확히 했다. 그가 내세운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전략은 기존 강점인 전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구 회장은 "전선 없이는 AI도, 반도체도 없다"며 기존 전선·전력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룹의 미래가 전선에만 머물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을 명확히 했다. 그가 내세운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전략은 기존 강점인 전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구 회장의 M&A는 명확한 방향성 아래 이뤄지고 있어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미래 투자로 평가받는다"면서도 "다만 배터리 소재, 전기차 충전 시장은 이미 대기업들이 격돌하는 레드오션이라 실질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양손잡이 경영'과 디지털 전환 강조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은 '양손잡이 경영(Ambidextrous Management)'으로 요약된다. 한 손으로는 기존 주력 사업인 전선, 전력기기, 동제련의 안정적 성장을 관리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CFE 관련 신사업의 공격적 확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은 '양손잡이 경영(Ambidextrous Management)'으로 요약된다. 한 손으로는 기존 주력 사업인 전선, 전력기기, 동제련의 안정적 성장을 관리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CFE 관련 신사업의 공격적 확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은 '양손잡이 경영(Ambidextrous Management)'으로 요약된다. 한 손으로는 기존 주력 사업인 전선, 전력기기, 동제련의 안정적 성장을 관리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CFE 관련 신사업의 공격적 확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ESG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케이블과 전력 솔루션은 기존 사업의 ESG 전환이며, 전기차 부품 및 배터리 소재는 신사업을 통한 ESG 실현이다. 아울러 구 회장은 AI와 디지털 전환(DX)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청주 스마트공장 고도화, LS엠트론의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 LS전선의 AI 기반 케이블 품질 검사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AI 시대를 맞아 LS가 보유한 전력과 통신 솔루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애자일 경영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재무 부담과 시장 경쟁, 넘어야 할 산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가하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구 회장의 공격적 행보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슈는 재무 건전성이다. 잇따른 M&A로 LS그룹의 부채비율은 경쟁 그룹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신용등급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성장을 위한 투자 자체는 긍정적이나, 투자 회수 시기와 수익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무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금리 상승기에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경쟁도 만만치 않다. LS가 진출한 배터리 소재,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대기업들이 선점한 배터리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LS가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LS가 인수한 기업들을 기존 사업과 성공적으로 융합(PMI)하고 실질적인 '제2의 캐시카우'로 키워내는 것이 구 회장 경영 능력의 핵심 평가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세 경영 승계, 마지막 관문

구 회장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중대한 과제는 '3세 경영 승계'다. 그는 '자(Ja)'자 돌림 2세대의 마지막 회장이다. 그의 임기 이후 LS그룹은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든다. 현재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구자은 장남), 구동휘 LS일렉트릭 사장(구자엽 차남) 등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LS그룹은 그간 '아름다운 승계'의 모범 사례로 꼽혀왔지만, 지분 관계와 경영권 승계는 언제든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재계 전문가는 "구 회장의 임기는 'LS의 미래 비전 확립'과 '안정적인 3세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CFE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승계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LS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과 혁신의 기로에 서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올해로 회장 취임 4주년을 맞고 있는 그는 LS그룹을 '안정적인 전선 명가'에서 '역동적인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바꾸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하고 있다. 

'막내 사촌'에서 'CFE 승부사'로 변신한 구자은 회장. 올해로 회장 취임 4주년을 맞고 있는 그는 LS그룹을 '안정적인 전선 명가'에서 '역동적인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바꾸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하고 있다.  CFE라는 명확한 깃발 아래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그의 리더십은 LS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M&A의 성공적 안착, 재무 건전성 확보, 3세 경영 승계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무거운 짐도 지고 있다. '전선'이라는 익숙한 굴레를 벗고 LS그룹을 '미래 에너지'라는 새로운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을지, 구자은 회장의 '속도 경영'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S그룹 주요 계열사 현황>

- LS전선: 전력케이블, 통신케이블 제조 (회장 구자엽)
- LS일렉트릭: 배전반, 차단기 등 전력기기 (사장 구동휘)
- LS엠트론: 트랙터, 사출기 등 기계사업
- LS머트리얼즈: 울트라커패시터(UC) 제조
- LS E-Link: 전기차 충전 인프라 (E1과 합작)
- 예스코홀딩스: 지주회사 (대표 구본혁)

이재훈의 X파일
이재훈의 X파일

 

저작권자 © 씨이오데일리-CEODAILY-시이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