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조정인가 VS 추세 전환인가
예고된 조정, 예상 밖의 충격

온스당 4000달러.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금 시장이 꿈꾸던 상징적 고지였다. 그러나 그 고지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 27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3.4% 급락하며 3980달러까지 밀렸고, 다음 날에도 4000달러 선 회복에 실패했다. 이번 급락을 두고 '건전한 조정'과 '추세 전환의 신호탄'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온스당 4000달러.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금 시장이 꿈꾸던 상징적 고지였다. 그러나 그 고지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 27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3.4% 급락하며 3980달러까지 밀렸고, 다음 날에도 4000달러 선 회복에 실패했다. 이번 급락을 두고 '건전한 조정'과 '추세 전환의 신호탄'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CEONEWS=박은하 기자] 온스당 4000달러.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금 시장이 꿈꾸던 상징적 고지였다. 그러나 그 고지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 27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3.4% 급락하며 3980달러까지 밀렸고, 다음 날에도 4000달러 선 회복에 실패했다. 일주일 전 사상 최고치였던 4381달러와 비교하면 400달러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시장은 이번 급락을 두고 '건전한 조정'과 '추세 전환의 신호탄'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짚어야 할 질문이 있다. 도대체 무엇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골드 러시를 이토록 급격히 멈춰 세웠는가.

■미중 훈풍이 만든 역설

직접적 방아쇠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산 정상회담을 앞두고 "합의에 이를 것"이라 자신하자,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그러나 그 반응은 금을 사는 것이 아니라 파는 것이었다.
직접적 방아쇠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산 정상회담을 앞두고 "합의에 이를 것"이라 자신하자,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그러나 그 반응은 금을 사는 것이 아니라 파는 것이었다.

직접적 방아쇠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산 정상회담을 앞두고 "합의에 이를 것"이라 자신하자,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그러나 그 반응은 금을 사는 것이 아니라 파는 것이었다. 이는 금이라는 자산의 본질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금은 불확실성의 수혜자다. 세계 경제가 혼란스러울수록,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수록 그 가치는 빛을 발한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위험자산으로 이동한다.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자, 금은 자연스럽게 매력을 잃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이 지적했듯, 금은 "오랫동안 미뤄졌던 조정"을 겪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올해만 50% 넘게 폭등한 가격은 이미 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미중 훈풍은 그저 차익 실현의 명분을 제공했을 뿐이다.

■3500달러, 새로운 바닥을 찾아서

그렇다면 금값은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가. 시장은 이미 4000달러 붕괴 이후를 논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3개월 후 금값이 380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금협회의 존 리드는 더 나아가 "3500달러 정도가 건전한 가격으로 여겨질 것"이라는 시장의 속내를 전했다. 현 수준에서 12%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전망의 이면에는 "더 떨어져야 산다"는 투자자 심리가 깔려 있다. 고점에서 무리하게 들어온 단기 투자자들이 손실을 확정하고 빠져나가야 하고, 그래야만 진정한 가치 투자자들이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논리다. 단기 투기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 수요도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2년간 역사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금을 매입해왔다. 그 수요가 정점을 지나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면, 금값 상승의 중요한 한 축이 약해진 셈이다.

■금 장기전망 5000달러 제시

금은 더 이상 일부 비관론자들의 대체 자산이 아니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모든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일정 부분 편입해야 하는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금은 더 이상 일부 비관론자들의 대체 자산이 아니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모든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일정 부분 편입해야 하는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단기 조정론이 금의 장기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요 투자은행들의 장기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HSBC, 뱅크오브아메리카, 소시에테제네랄 등은 내년 금값 목표가로 일제히 5000달러를 제시했다. 현재 가격 대비 25% 이상의 상승 여력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단기 조정을 감안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상승 궤도에 있다는 판단이다.  이들의 낙관론은 미중 무역협상 같은 단기 변수가 아닌, 보다 구조적인 변화에 기반한다.

첫째, 전 세계적으로 누적된 막대한 정부 부채 규모다. 각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금은 대안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둘째,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금은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금이 이제 '주류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런던귀금속시장협회의 루스 크로웰이 강조했듯, 금은 더 이상 일부 비관론자들의 대체 자산이 아니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모든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일정 부분 편입해야 하는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투자자에게 던지는 질문

결국 4000달러 붕괴 이후 금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단기 변동성에 베팅할 것인가, 장기 가치에 투자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라 추가 하락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부산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합의가 도출된다면 금값은 3800달러, 심지어 35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 이 경우 "더 떨어지길 기다리겠다"는 신중론이 정당화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금의 구조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일시적으로 무역 갈등이 완화되더라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재정 적자, 지정학적 리스크, 통화 가치 불안은 여전히 상존한다. 이번 조정은 어쩌면 2024년 이후 너무 빠르게 달려온 금 시장이 숨을 고르는 과정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숨 고르기가 끝나면, 금은 다시 한번 5000달러를 향한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기자로서 나는 투자 조언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시장은 항상 단기 소음과 장기 신호가 뒤섞여 있다. 현명한 투자자는 그 둘을 구분할 줄 안다. 4000달러 붕괴가 공포스럽다면, 당신은 단기 소음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기회로 보인다면, 당신은 장기 신호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 부산에서 들려올 G2의 메시지는 단기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금의 진정한 가치는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 시장은 언제나 옳다. 그러나 그것이 단기적으로 옳다는 의미인지, 장기적으로 옳다는 의미인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금값 4000달러 붕괴 이후, 우리는 바로 그 기로에 서 있다.

저작권자 © 씨이오데일리-CEODAILY-시이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