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노동의 미래?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최대 3만 명 감원을 단행하며 'AI 시대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최대 3만 명 감원을 단행하며 'AI 시대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CEONEWS=김소영 기자]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최대 3만 명 감원을 단행하며 'AI 시대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인공지능이 노동 시장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거대한 실험의 시작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지난 10월 27일(현지 시각), 아마존이 최대 3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공식화했다. 물류, 결제, 게임,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 등 핵심 사업부 전반에 걸친 이번 감원은 2022~2023년 2만 7,000명 감축 이후 최대 규모다. 팬데믹 이후 빅테크 업계의 구조조정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은 결이 다르다. 앤디 재시 CEO는 지난 6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기술이 확대되면서 업무 방식이 변할 것"이라며 "일부 직무는 더 적은 인력이 필요하고, 다른 직무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향후 몇 년간 회사 전반에 AI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면서 효율성을 얻게 되면, 이는 전체 기업 인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명시했다. AI를 명분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사실상 예고한 것이다. 아마존은 전 세계 약 155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중 기업 직원은 약 35만 명이다. 이번 감원은 기업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화이트칼라 노동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생산성의 혁명, 불평등의 심화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최대 3만 명 감원을 단행하며 'AI 시대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최대 3만 명 감원을 단행하며 'AI 시대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아마존의 선택은 CEO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쪽에는 AI를 통한 비용 절감과 주가 상승을 요구하는 월스트리트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고용 안정을 원하는 노동자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여론이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AI는 더할 나위 없는 생산성 엔진이다. 이미 아마존의 물류 창고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작업을 보조하고 있었지만, 이제 생성형 AI는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고객 응대, 코드 리뷰까지 화이트칼라의 광범위한 영역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AI에 맡김으로써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인적 자원을 더 창의적인 핵심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아마존은 2025년 자본 지출을 전년 대비 200억 달러 이상 증가시켜 1,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며, 이 중 대부분은 AWS의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그러나 해고 통지서를 받게 될 수만 명의 근로자에게 이 강력한 엔진은 거대한 격차의 벽일 뿐이다. AI 기술은 'AI를 다루는 소수'와 'AI에 대체되는 다수' 사이의 불평등을 극단적으로 심화시킨다.  특히 위험에 노출된 이들은 중간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들 스킬' 화이트칼라 직군이다. 고도의 전문성이나 창의성을 요구하지 않는 사무직, 관리직, 분석직이 AI 자동화의 첫 번째 타깃이 되고 있다. 인사(HR) 부문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의 PXT(People eXperience Technology) 팀은 전 세계적으로 1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데, 최대 15%가 감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AI 우선' 경영의 뉴 노멀

아마존의 결정이 던지는 가장 큰 파장은 다른 기업들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다. 한 기업이 AI를 명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 들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비슷한 결정을 내리기가 한층 쉬워진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만 워싱턴주에서 3,2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줄였으며, 2024년 5월 이후 총 1만 5,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기존 인력을 줄이는 전략이다. 더 주목할 점은 아마존이 기업 인력을 대폭 줄이면서도 창고 직원은 오히려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의 물류 네트워크에서 올 연말 성수기를 대비해 25만 명의 계절 근로자를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기적으로는 불안하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의 내부 문서는 2033년까지 창고 운영의 최대 75%를 자동화할 계획을 담고 있다. 로봇 팀은 자동화가 "향후 10년간 아마존의 채용 곡선을 평탄화"해, 매출이 계속 성장하더라도 60만 명 이상의 근로자 추가 채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패러독스: 기술은 질주하고, 일자리는 사라진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최대 3만 명 감원을 단행하며 'AI 시대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최대 3만 명 감원을 단행하며 'AI 시대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우리는 기묘한 역설의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AI 기술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며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그 기술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AI 패러독스'다. 공교롭게도 아마존의 감원 발표가 있던 같은 주, 반도체 기업 퀄컴은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AI 칩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모델을 더 빠르고 강력하게 훈련시킬 무기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AI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분야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그 기술이 적용되는 '현장'에서는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는 모순. 이것이 바로 AI 패러독스의 민낯이다. 문제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아마존의 3만 명 감원은 IT 산업을 넘어 금융, 법률, 의료, 교육 등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AI와 자동화로 인해 최대 8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준비되지 않은 사회, 다가오는 위기

이제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라는 질문은 무의미해졌다. 질문은 'AI가 내 일자리를 언제, 어떻게 대체할 것이며,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근로자가, 그리고 사회가 이러한 변화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아마존 직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직원이 초조함 속에서 바늘방석에 앉아 있다"고 토로했다. 감원 통지는 28일 화요일 아침 이메일로 발송되기 시작했다.

재시 CEO는 직원들에게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AI에 익숙해지며, 내부 AI 역량을 구축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회사를 재창조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적응하는 자만 살아남는다'는 냉혹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AI 리터러시와 신기술 학습 능력이 없는 근로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전환의 시작,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마존이 쏘아 올린 신호탄은 각국 정부와 사회에 중대한 과제를 안겼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전환의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첫째, AI 시대에 걸맞은 사회 안전망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기존의 실업 보험이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은 일시적 실직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AI로 인한 실직은 구조적이고 영구적일 가능성이 높다. 장기 실업자를 위한 소득 보장, 직업 전환 지원, 심지어 기본소득과 같은 급진적 의제까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둘째,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하다. 단순히 AI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AI와 협업하는 방식, AI가 할 수 없는 창의적·감성적 영역의 역량 개발, 평생 학습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재정의가 요구된다. AI로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실직 근로자의 재교육이나 사회 안전망 구축에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가? 'AI세'나 '로봇세' 같은 새로운 조세 체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일자리의 본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AI가 인간의 많은 일을 대체한다면, 우리는 '일'을 어떻게 정의하고,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일과 소득의 연결고리가 약화되는 시대에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기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아마존의 3만 명 감원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인사 결정이 아니다. 이것은 AI 시대 노동의 미래를 향한 첫 번째 거대한 물음표이자, 인류가 답해야 할 시대적 과제의 시작이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이제 우리는 그 안에서 나온 혼돈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공존하며 모두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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