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정복 기자] 3분기 실적이 말하는 K-경제의 두 얼굴

안녕하십니까. CEONEWS 이재훈의 심층리포트입니다. 

2025년 3분기 기업 실적 시즌이 막을 내렸습니다.

표면적인 성적표는 화려합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대기업들이 이끈 '어닝 서프라이즈' 덕분에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그 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K-경제의 또 다른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수출 호황 뒤에 짙게 드리워진 내수의 그늘, 그 위험한 균열의 현장입니다.

3분기 최고의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앞세워 D램 흑자 전환을 이끌었고, 삼성전자 역시 5개 분기 만에 조 단위 흑자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AI 열풍이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자동차도 빛났습니다. 

'전기차 올인' 대신 '하이브리드' 카드를 꺼내 든 현대차와 기아는, 북미와 유럽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눈부신 성과가 한국 경제 전체의 건강함을 대변할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이들이 축포를 쏘아 올리는 동안, 내수 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 같은 대형마트는 역성장을 면치 못했고, 식음료 업계는 원가 부담과 소비 저항에 부딪혀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알리와 테무 등 중국발 초저가 이커머스의 공세는 전통 유통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때 성장의 아이콘이었던 IT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의 정체입니다. 

기업들이 마케팅 예산을 줄이면서 광고 시장이 침체되자, 이들의 핵심 수익원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석유화학과 철강 같은 기반 산업은 더 심각합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포스코 같은 굵직한 기업들조차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와 수요 부진에 '적자 혹은 흑자 턱걸이' 수준의 참담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일시적 부진'이 아닌 '구조적 양극화'입니다. 

수출 대기업 몇 곳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리는 동안, 내수 중소·중견기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반쪽짜리 호황'입니다.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두 기둥이 아무리 튼튼해도, '경제의 허리'인 내수 시장이 무너지면 건물은 쓰러집니다.

4분기 전망은 더욱 암담합니다. 

고금리, 고물가 기조 속에 소비 심리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3분기 실적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지금의 호황은 취약한 기반 위에 세워진 것이며, 그 균열은 생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수출 실적에 가려진 내수의 그늘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숫자 너머의 진실을 읽어야 미래가 보입니다. 지금까지 이재훈의 심층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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