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 박수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경제 TF에서 예대금리차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우려’라는 정책적 사고 행위 이전에 거쳐야 할 사실관계에 대한 검증은 부재했다. 2020년 말부터 2025년 4월까지 한국의 예대금리차는 1.41%에서 1.89% 수준이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주요 해외국들의 예대금리차는 미국과 스위스가 3%대, 홍콩과 싱가포르는 5%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인식에서 이 대통령의 인식은 오류였다.

예대금리차가 1년 전에 비해 2배 오른 것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왜 올랐느냐에 대한 원인 분석이다.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측은 은행권의 폭리와 경영 행위에 그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예대금리차 확대의 근본 원인은 은행의 일방적인 이윤 추구가 아니라 금융당국과 정부의 엇박자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맞추려면 대출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제해야 하고, 정치권의 요구대로 금융소비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대출금리를 내려야 한다. 갈팡질팡하는 대출금리에 대한 저마다의 잣대다. 금융은 생태계와 흡사하다. 은행과 금융소비자는 하나의 전체 시스템 속에서 운행되는 주요 요소다. 따라서 은행도 생태계 시스템 속에서 생존해야 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에 대한 회복 기제가 필요하다.

문제는 정치적 프레임이다. 법안을 발의했던 국회의원은 금융시장을 생태계로 인식하긴 했지만 그 주체들을 사자와 사슴으로 대치했다. 이분법적 사고다. 대다수의 금융소비자는 이 프레임에 말려 은행을 사자로, 자신들을 선량한 사슴으로 왜곡하여 인식한다. 그리고 은행법 개정안은 선량한 사슴으로 인식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부당한 제도에 대한 정치권의 개혁으로 둔갑한다. 이러한 오류는 결국 금융 생태계의 구성 요소들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분열의 정치 행위로 귀결된다. 시스템을 만들고 안내해야 할 정부와 여당이 엉성한 시스템으로 금융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린 채 혼란의 주범을 탐욕스러운 은행으로 바꿔치기해버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은행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겠다. 핵심은 제30조의3의 신설이다. 발의된 법안에는 요약하면 대출금리에서 그동안 금융소비자들이 필수적으로 내야 했던 각종 가산금리를 제외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은행법 개정안의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다. 이미 작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 인하했다. 그럼에도 은행권 우대금리는 최대 1.4% 이상 줄어들면서 금리 인하 효과는 무의미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실질적 대출금리 인하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다. 지난 4월 주택담보대출 평균 대출금리는 3.95%였다. 지난해 9월에 비해 0.1%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세 차례 인하했지만, 대출금리는 상승했다. 지표금리와 가산금리는 하락했지만 우대금리 반영 항목인 가감조정금리의 하락 폭이 컸기 때문이다.

금융이라는 생태계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자본주의적 원리가 반영되는 구조다. 은행법이 개정되었을 때 대출금리 하락과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은행들은 방어적 지침으로 대응할 확률이 높다. 서민이나 소상공인, 중소기업들과 같은 부실채권 우려가 높은 대상에게 은행의 문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 본질은 사안에 대한 해석에 있다. 금융시스템 속에서 은행권의 방어를 여당은 사슴을 물어뜯는 사자로 규정했고, 은행들은 지극히 자본주의적 시스템에 의한 논리적 인과관계를 주장한다. 이 차이가 바로 갈등의 시발점이고, 갈등의 근본적 해결점은 결과의 긍ㆍ부정에 있다.

일본의 사례를 참작할 만하다. 일본의 경우 2016년부터 시행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인해 예대금리차가 한 단계 축소되었고 은행의 수익성은 크게 저하되었다. 당연히 금융시스템은 불안정해졌고 리스크는 확대되어 갔다. 한국의 은행들은 이미 2011년에 일본에 진출하여 위와 같은 사례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금융시스템에 직접 개입하여 짜맞추는 것이 아니라 금융 주체들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 즉 시스템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금융질서에 의해 시장이 건전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이들이 해야 할 기본이다.

대안적 방향이 부재한 것도 아니다. 이미 2023년 5월 대환대출 인프라의 시행 후 6개월 만에 이용 금액은 2조 원을 돌파했고, 8만 7,843명의 금융소비자가 낮은 금리로 갈아타 연간 398억 원의 이자 부담이 절감된 바 있다. 대출금리 또한 평균 약 1.6%포인트 하락했고 금융소비자의 평균 신용점수 상승 폭은 약 35점에 달했다.시장 친화적 제도였지만 금융소비자들에게도 실질적 혜택이 가능했던 시스템이었다.

검증된 성공 사례를 두고 생색내기 개혁으로 포장하는 것은, 환자의 미를 위한 시술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적인 솜씨를 뽐내고 싶은 의사의 이기적 욕망과 닮아 있다. 의사가 환자를 위해 존재하듯 정치는 국민을 위해 행해지는 수단일 뿐이다. 정치라는 목적에 사로잡혀 수단과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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