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체제 가동...승계구도와 향후 전망

한화그룹 가계도
한화그룹 가계도

[CEONEWS=이재훈 기자] 한화그룹은 김종희 창업주로부터 시작해 2세 김승연 회장을 거쳐 현재 3세 경영진으로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자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자

김종희 창업주는 1952년 한국화약(한화의 전신)을 설립해 그룹의 기반을 닦았으며, 1981년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당시 29세이던 장남 김승연 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김승연 회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젊은 나이에 그룹을 이끌기 시작해, 이후 한화그룹을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크게 성장시켰다. 현재 한화그룹의 주요 경영진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으로, 이들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경영을 맡으며 3세 경영 시대를 열고 있다. 세 형제는 각각 그룹의 방산·에너지, 금융, 유통·서비스 분야를 담당하며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왔다.

한화그룹의 승계 구도와 리더십 변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회장은 1981년 그룹 총수에 올라 40여 년간 한화그룹을 이끌며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취임 초기 “젊은 총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과감한 사업 확장에 나섰고, 5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그룹 자산을 크게 늘렸다. 의리를 중시하는 경영 철학과 강한 추진력으로 방위산업, 화학,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그룹을 확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며 그룹 포트폴리오를 넓혔고, 한때 일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승부사적 경영 스타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한화그룹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삼형제
한화그룹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삼형제

이젠 김 회장의 세 아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방산 계열 주력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등을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제조업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그룹 금융계열의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전략을 이끌고 있어 한화의 금융 부문을 맡고 있다.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유통·서비스 및 신사업 부문을 담당하며, 호텔·리조트와 유통 사업을 혁신하는 한편 로봇·반도체장비 등 미래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이처럼 세 형제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역할을 분담함에 따라, 한화그룹은 형제 공동 경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형제들이 맡은 사업 부문별로 계열사가 분리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실제로 한 회계 전문가는 “제조부문은 큰아들 김동관, 금융부문은 둘째 김동원, 서비스부문은 셋째 김동선에게 회사를 쪼개주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향후 필요에 따라 한화그룹이 계열 분리 형태로 나뉘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김승연 회장의 조율 아래 세 형제가 협력하는 공동 경영에 무게가 실려 있으며, 승계 작업은 안정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그룹 가계도 표

아래는 한화그룹의 주요 가계도로, 창업주부터 3세 경영진까지의 계보와 역할을 나타낸 표이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구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김종희 (1922~1981) – 한화그룹 창업주, 초대 회장

김승연 (1952년생) – 김종희 창업주의 장남, 한화그룹 2대 회장

김동관 (1983년생) – 김승연 회장의 장남, 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회장

김동원 (1985년생) – 김승연 회장의 차남,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1989년생) – 김승연 회장의 삼남,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위 가계도에서 보듯 김종희 창업주로 시작된 한화그룹은 장남 승계 원칙에 따라 2세 김승연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았고, 현재는 3세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세 형제는 모두 2010년대에 그룹 경영 수업을 시작해 주요 계열사 임원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고, 2020년대 들어 각자 담당 분야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지션을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지배구조는 창업주 → 2세 단일 총수 → 3세 형제로 이어지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한화그룹의 향후 전망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맞은 한화그룹은 방위산업, 에너지(태양광), 금융을 핵심 축으로 향후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한화가 최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통합으로 육·해·공 통합 방산체계를 갖춘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를 통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는 등 북미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 중이다. 국제 정세 불안과 각국 국방비 증액 기조 속에 한화의 첨단 무기체계와 함정·항공 제조역량은 수출 확대의 호재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 방산계열은 글로벌 톱티어 방산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태양광 등 에너지 분야 역시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된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Hanwha Q CELLS)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등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대응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한화의 태양광 모듈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에너지 사업에서도 적극적 투자와 기술 혁신을 통해 재생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태양광 산업은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와의 기술·가격 경쟁이 치열한 만큼,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 노력이 과제가 되고 있다.

김동원 한화그룹 사장
김동원 한화그룹 사장

금융 부문에서는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보험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전략이 전개되고 있다. 차남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며 젊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회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는 등 국제무대에서 한화 금융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에 머무르던 보험·자산운용 사업을 해외 시장으로 확대하고, 핀테크 및 디지털 금융 트렌드에 대응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화 금융 부문의 성장 가능성은 안정적인 국내 시장 기반에 더해 아시아 신흥시장 진출과 해외 투자 네트워크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 동시에 금융산업 전반의 디지털화와 수익성 압박은 한화 금융계열이 넘어야 할 도전 과제로 지목된다. 김동원 사장은 내부 조직문화도 유연하고 혁신적으로 바꾸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투명경영을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김동원 한화그룹 부사장
김동원 한화그룹 부사장

신사업 및 기타 분야에서는 막내인 김동선 부사장이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국내 유력 급식업체 아워홈 인수를 추진하며 식음료 서비스 분야에 진출했다. 그는 그룹 내 로봇 분야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와 시너지를 내어, 조리·서빙 등 외식 산업에 로봇 기술과 푸드테크를 접목하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 전략이 현실화되면 급식·외식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최근 한화정밀기계를 ‘한화세미텍’으로 사명 변경하고 반도체 장비 전문회사로 재출범시키면서, 김동선 부사장이 해당 회사의 미래비전 총괄을 맡아 반도체 제조장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는 2차전지·반도체 등 신성장 산업 분야로 한화그룹 사업영역을 확장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새로운 분야인 만큼 기술력 확보와 시장 진입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며, 투자의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한화그룹은 3세 경영진 체제 하에서 글로벌 종합 산업 그룹으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방산·에너지·금융의 전통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주항공(위성·발사체), 친환경 에너지, 첨단 제조 등 미래 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이 진행 중이다.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세 아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단계로, 이는 조직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과거 김승연 회장이 강조하던 대기업 가장(家長) 중심의 의리 문화에서 탈피해, 3세 경영진은 성과와 전문성을 중시하는 합리적이고 열린 조직 문화를 추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세미텍 합류에際해 “무보수로 일하며 성과로 보여주겠다”고 밝히는 등 책임경영 의지를 나타내 보였다. 이러한 세대교체는 한화그룹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한편, 임직원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3세 경영진의 리더십 검증은 아직 진행형이다. 김승연 회장이 탄탄하게 준비해온 승계 작업만큼이나 세 형제가 향후 성과로써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공동 경영 체제에서 형제 간 협업과 조율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분이나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각 사업부문의 독립 경영은 장점과 함께 그룹 차원의 시너지 약화를 가져올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변동과 각 사업 분야의 경쟁 심화, 그리고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도전이 있다. 하지만 업계 전반에서는 한화그룹이 지난 수년간 철저히 승계를 준비해온 만큼 큰 혼란 없이 세대교체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로운 리더십 아래 한화그룹이 방산부터 태양광, 금융에 이르는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각 분야에서 성장이 가시화된다면 한화그룹은 창업 70년을 넘긴 지금, 또 한 번의 도약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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