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8,564억 어닝쇼크가 증명
[CEONEWS=전영선 기자] 대한민국 증시에서 '황제주'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 소수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그리고 2025년 3분기, 이 기업은 모든 의심을 걷어내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분기 영업이익 8,564억 원. 이 숫자 하나가 증명하는 것은 단순한 실적 호조가 아니라, 대한민국 방산·조선·항공우주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본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분기 최대 실적을 해부하고,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향한 여정을 조망한다.
■숫자가 말하는 '역대급' 서프라이즈
11월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104만 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00만 원 선을 다시금 탈환한 이 '황제주'의 귀환 뒤에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이다. 연결기준 매출 6조 4,865억 원, 영업이익 8,564억 원.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7% 증가, 영업이익은 79% 폭증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자, 시장 컨센서스를 가볍게 뛰어넘는 전형적인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이 실적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잘 벌었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조선·항공우주를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 기업'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궤도에 진입했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성장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기반한 성장이라는 뜻이다. 이제 시장은 묻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시대가 정말 열리는 것인가?"
■실적 폭발의 양대 엔진 '방산과 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본체이자 핵심 사업부인 지상방산 부문은 이번 분기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3분기 매출 2조 1,098억 원, 영업이익 5,72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30% 성장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국내 매출은 9,1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급증했다. 화생방 정찰차, 차륜형 대공포 등 주요 양산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대한민국 방위력 증강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 역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폴란드를 비롗한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전방위적인 K-방산 수출 모멘텀이 지속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K-방산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 중심에 서 있다. 무엇보다 지상방산 부문의 가장 큰 강점은 수익성의 견고함이다. 영업이익률 27%대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명실상부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야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른 사업 부문으로 과감하게 투자하고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한화오션, 새로운 성장 엔진의 화려한 데뷔
3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부신 주역은 단연 한화오션이다. 매출 3조 234억 원, 영업이익 2,898억 원. 단 한 분기 실적만으로도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약 34%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기여도다. 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불과 1년여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한화오션의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다. LNG선, 특수선 등 수익성 높은 선종에 집중하며 과거 저마진 구조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또한 방산(특수선)과 친환경 에너지(LNG)라는 두 개의 날개를 동시에 펼치며, 조선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 빠른 경영 안정화와 시너지 창출은 M&A의 교과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제 육(지상방산)·해(한화오션)·공(항공우주)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육해공 통합 방산 기업'으로 진화했다.
■전 사업부의 고른 성장, 포트폴리오의 힘
실적 폭발이 특정 부문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진짜 저력은 전 사업 부문의 균형 잡힌 성장에서 나온다.
▲항공우주 부문, 흑자 전환의 신호탄
항공우주 부문은 매출 6,040억 원(전년 대비 26% 증가)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31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엔진 부품 애프터마켓(A/M) 물량이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비록 절대 금액은 크지 않지만, 이 흑자 전환이 갖는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글로벌 항공 시장의 회복세에 발맞춰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 안정적 실적 기여
자회사 한화시스템 역시 매출 8,077억 원, 영업이익 225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보탰다. 레이더, 전자광학, 지휘통제 등 첨단 방산 전자 분야에서의 강점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특정 부문에 편중되지 않은 전 사업 포트폴리오의 고른 성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구조가 얼마나 견고하고 균형 잡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다층적 방어막이자,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토대다.
■4분기 전망, '연간 1조'는 이제 현실이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4분기 실적과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 가능성으로 모아지고 있다.첫째, K-방산 수출 모멘텀은 여전히 강력하다. 폴란드 2차 계약을 비롯해 기존 수출 물량의 안정적 인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추가 수주 가능성도 상존한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상, 방산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둘째, 한화오션의 흑자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물량이 꾸준히 실적에 반영되고 있으며, 연말 수주 실적 역시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 사이클이 상승 국면에 있고, 한화오션은 그 중심에서 수혜를 입고 있다. 셋째, 항공우주 부문의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이다. 글로벌 항공 시장의 지속적인 회복과 더불어, 국내외 항공우주 프로젝트에서의 역할 확대가 기대된다.
결정적으로, 3분기 한 분기만으로도 영업이익 8,564억 원을 달성했다는 사실은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이 더 이상 목표가 아닌 현실임을 의미한다. 물론 분기별 실적 변동성을 감안해야 하지만, 4분기에도 현재의 성장 기조가 이어진다면 연간 1조 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4분기에 1,500억~2,000억 원대의 영업이익만 달성해도 연간 1조 원 고지는 눈앞이다. 시장은 이미 이를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주가 100만 원 돌파는 그 신호탄이다.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분기 실적은 놀랍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성장이 지속 가능한가?"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구조적 수요 증가.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친환경 에너지 전환, 항공 시장 회복이라는 세 가지 메가트렌드가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 기반이다. 둘째, 포트폴리오의 완결성. 육해공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는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한 부문이 흔들려도 다른 부문이 받쳐주는 구조다. 이는 M&A와 사업 재편을 통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전략의 결과물이다. 셋째, 실행력. 한화그룹의 가장 큰 강점은 '해낸다'는 것이다. 한화오션 인수 후 1년 만에 이뤄낸 턴어라운드가 그 증거다. 전략을 세우는 것과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한화는 후자에서 탁월하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지점도 분명하다. 첫째, 수출 의존도 리스크. K-방산 수출은 호황이지만, 글로벌 정치 환경 변화에 따른 변동성은 상존한다.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경쟁 심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차별화하지 않으면, 가격 경쟁에 휘말릴 수 있다. 셋째, 실행 리스크. 빠른 성장은 조직 역량에 부담을 준다. 인력, 설비, 공급망 등 전반적인 실행 인프라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방산·조선·항공우주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황제주'의 귀환은 단순한 주가 회복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산업 지형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방산과 조선, 항공우주라는 전략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1위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증거다. 3분기 8,564억 원의 영업이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연간 1조 클럽 가입은 이제 기정사실이며, 진짜 게임은 그 다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을지, 시장은 지켜보고 있다. 하나는 분명하다. 지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한민국 증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