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달러 제국의 리더십 공백, 글로벌 기술 패권 지도 바뀔까?
[CEONEWS=최재혁 기자] 실리콘밸리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팀 쿡(Tim Cook) 애플 CEO가 이르면 내년에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해외 주요 매체들의 연속된 보도는 단순한 '퇴진설' 수준이 아니다. 이는 3조 달러 기업 가치, 전 세계 12억 사용자를 보유한 초거대 플랫폼의 권력구조가 재편되는 사건이다. 애플의 CEO 교체는 삼성전자·엔비디아·구글은 물론 전 세계 공급망과 정책 환경까지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에 가깝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포스트 팀 쿡의 시대, 애플은 어디로 향하는가?"
■팀 쿡 14년의 마침표… 애플이 직면한 '정체기'의 그림자
2011년 8월, 스티브 잡스가 건강 악화로 물러나며 팀 쿡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 이후 14년, 애플은 쿡 체제에서 매출 4배, 시가총액 7배라는 압도적인 확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2023년을 기점으로 실적·혁신동력·제품 경쟁력에서 구조적 피로가 가시화됐다.
▲아이폰 의존도 52%… 성장 엔진의 둔화
아이폰의 기여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애플의 총매출 3,913억 달러 중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52%에 달한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고, 중국 시장에서는 애플의 점유율이 샤오미·화웨이에 추월당하는 흐름까지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14%로 3위로 밀렸다. 화웨이(16%)와 샤오미(15%)에 뒤처진 것이다. 특히 화웨이의 메이트60 시리즈가 5G 칩 탑재로 애국 소비를 자극하면서, 애플의 중국 시장 입지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서비스 부문 성장세 둔화**
애플 뮤직·iCloud·앱스토어가 버티고 있지만, 생성형 AI 시대에 서비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서비스 부문 매출은 854억 달러로 전년 대비 8.3% 성장에 그쳤다. 이는 애플의 전체 사업부 중 가장 높은 이익률(70% 이상)을 자랑하는 부문이지만, 성장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다.
▲AI 전환 실패라는 비판
OpenAI·구글·엔비디아가 AI 패권을 나누는 동안, 애플은 '프라이버시 우선'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AI 모델 투자에 뒤늦게 뛰어들며 "애플은 AI에 늦었다"라는 평가를 시장으로부터 피하지 못했다. 2024년 6월 발표된 'Apple Intelligence'는 온디바이스 AI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ChatGPT와 통합하는 등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실리콘밸리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AI에서 주도권을 잃은 것은 팀 쿡 체제의 가장 큰 전략적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모든 지표가 팀 쿡 체제의 화려한 성취 이면에 있는 구조적 피로감과 혁신 공백을 보여준다.
■후계자 1순위, '존 터너스'… 애플 내부에서 올라온 첫 AI·하드웨어 융합형 리더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과 실리콘밸리 내부 분석에서 가장 높은 확률로 거론되는 후계자는 존 터너스(John Ternus),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다.
▲20년 애플맨, 아이패드·맥북·비전프로의 핵심 설계자
터너스는 2001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해 아이패드 프로, M1·M2 기반 맥북 시리즈, 애플 실리콘 통합 전략, 비전프로(Vision Pro) 등 주요 제품 혁신을 이끈 인물이다. 특히 2020년 인텔 칩에서 자체 설계한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잡스식 창조'와 '쿡식 운영'을 동시에 경험한 유일한 세대**
터너스는 스티브 잡스 체제의 디자인·철학 기반과 팀 쿡 체제의 공급망 최적화·운영 효율성을 모두 경험한 보기 드문 리더다. 2012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2021년에는 수석 부사장으로 올라서며 애플의 모든 하드웨어 제품 라인을 총괄하고 있다.
▲AI 중심의 애플 2.0을 만들 적임자
애플은 최근 내부적으로 "모든 디바이스에 온디바이스 AI 모델을 심는다"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터너스는 하드웨어 기반에서 AI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터너스 체제는 애플을 AI-디바이스 융합 기업으로 재정의할 것이다"라는 분석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기자는 "터너스는 팀 쿡의 신임이 두텁고, 애플의 제품 개발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며 "CEO 후보 1순위"라고 평가했다.
■애플 리더십 교체가 글로벌 기술 패권에 미칠 충격파
애플은 단순한 테크기업이 아니다. 세계 공급망을 움직이는 '기술 중심의 국제질서'의 한 축이다. 따라서 CEO 교체는 타 산업·타 국가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와의 기술 경쟁 구도 재편
애플 실리콘이 AI 연산 중심으로 변화될 경우 삼성의 파운드리 및 메모리 전략도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삼성은 애플의 최대 고객이자 최대 경쟁자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OLED 패널과 NAND 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하면서도, 갤럭시 시리즈로 직접 경쟁하는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의 방향성이 바뀌면 삼성의 CAPEX와 AI 부문 투자도 재조정될 수 있다. 특히 애플이 자체 AI 칩 개발을 가속화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엔비디아·구글·MS와의 AI 패권 경쟁 변화
애플은 지금까지 AI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밀실 전략'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새 CEO가 등장하면 AI 기반 OS·칩·서비스 통합 체계로 대전환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모든 기기에 탑재하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진영에 대항하는 '제3의 AI 플랫폼'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시장 리스크 확대 or 축소
팀 쿡은 중국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그는 중국을 수십 차례 방문하며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공고히 했고, 폭스콘 등 중국 중심의 제조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새 CEO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vs 관세 회피 vs 인도 중심 공급망 재편이라는 더 복잡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인도와 베트남에서 아이폰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24년 인도에서 생산된 아이폰은 전체의 14%에 달하며, 2025년에는 25%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지금이 '팀 쿡 퇴진설'이 나오는 진짜 이유
해외 시장 분석기관에서는 팀 쿡이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을 다음의 세 가지 요인에서 찾고 있다.
▲65세, 애플 평균 CEO 퇴임 연령 도달
팀 쿡은 현재 64세로, 2025년이면 65세가 된다. 스티브 잡스는 56세에 CEO직에서 물러났고, 애플 주요 경영진도 대부분 60대 중반을 기점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AI 중심 전환에 대한 '철학적 간극'
쿡은 개인정보 보호와 폐쇄형 생태계를 유지해왔지만 AI 시대에는 오픈 전략과 대규모 모델 투자가 필수다. 이 과정에서 철학적·전략적 대전환을 새 리더에게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주가와 실적 성장률 둔화
2023~2024년 애플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대에 머물렀다. 이는 테크 초거대기업 기준으로는 사실상 '정체'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갈구하고 있으며, 리더십 교체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2.0 시대'로 리셋될 것
CEONEWS는 글로벌 테크 지형 변화에서 다음과 같은 전망을 제시한다.
터너스 시대는 하드웨어와 AI의 완전 통합 시대가 될 것이다. 아이폰, 맥북, 워치, 비전프로 등 모든 기기에 '온디바이스 LLM'이 기본 탑재될 것이다. 애플 실리콘이 GPU 대체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중심 구조에 맞서 애플은 개인용 AI 컴퓨팅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애플 생태계는 폐쇄형에서 '선택적 개방형'으로 바뀔 것이다. EU 규제로 앱스토어 사이드로딩과 결제 시스템 개방이 강제되는 가운데, 새 CEO는 폐쇄 전략을 재정의해야 한다. 팀 쿡의 시대가 '운영·확장'이었다면, 포스트 쿡 시대는 '재창조·리셋'의 시기가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 1.0, 팀 쿡이 확장한 애플 2.0을 지나, 우리는 지금 애플 3.0의 문 앞에 서 있다.
'포스트 팀 쿡'은 단순한 CEO 교체가 아니다. 애플의 리더십 전환은 세계 기술 경제의 중력장을 바꾸는 사건이다. 삼성·구글·엔비디아·중국 제조업·인도 공급망까지 모든 축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 팀 쿡이 애플을 '운영의 황제'로 성장시켰다면, 포스트 쿡 시대의 리더는 AI·하드웨어·생태계를 다시 재정의하는 창조적 파괴자가 되어야 한다. 애플의 다음 리더십은 다시 한번 세계 기술 패권지도를 그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