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쇼크에 글로벌 증시 환호
코스피 5000 탄력 받나?
AI 본격 성장기 진입 신호탄

엔비디아의 역대급 실적 발표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환호했다. AI거품론을 종식시키고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코스피 5000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엔비디아의 역대급 실적 발표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환호했다. AI거품론을 종식시키고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코스피 5000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CEONEWS=최재혁 기자] "숫자가 모든 것을 증명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발표한 실적은 전 세계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다. 2026 회계연도 3분기 매출 570억 달러(약 80조 원),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급증. 시장의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마저 훌쩍 뛰어넘은 '괴물 실적'이었다. 이는 단순한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짓눌렀던 'AI 거품론'을 일거에 잠재우는 결정타였다. 그 여파는 태평양을 건너 한국 증시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코스피는 4,000선을 회복하며 장기 침체의 터널을 벗어났고, 이제 시장의 시선은 한 단계 더 높은 곳, '꿈의 5,000 시대'를 향하고 있다.

■AI는 거품이 아니었다... '실적'이 증명한 산업적 현실

월가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과대포장된 테마 장세"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 발표는 그 모든 의구심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하는 데이터센터 부문의 폭발적 성장세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자사 AI 서비스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의 GPU를 앞다퉈 확보하고 있다. AI가 더 이상 실험실의 기술이 아닌,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 콜에서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력하다(Insane Demand)"며 "우리는 이제 막 AI 컴퓨팅 시대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AI 산업이 정점을 지났다는 우려를 일축하고, 본격적인 '확장기'에 진입했음을 선언한 것이다.

■'블랙웰' 주문 폭주... 엔비디아 독주 체제 공고화

엔비디아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엔진은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이다. 기존 호퍼(Hopper) 아키텍처 대비 성능이 대폭 향상된 블랙웰은 출시 전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선주문이 쇄도하며 향후 1년 치 물량이 이미 매진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웰의 등장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이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 시대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엔비디아는 이제 칩 제조사를 넘어 AI 시대의 운영체제(OS)와 같은 지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CUDA 플랫폼은 AI 개발자들에게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러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장악력은 경쟁사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견고한 해자(Moat)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독주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반도체, '갓비디아'의 날개를 달다

HBM4 전쟁은 단순히 두 기업의 경쟁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 한국은 AI 시대 핵심 부품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반대로 한쪽이 무너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도 있다.
HBM4 전쟁은 단순히 두 기업의 경쟁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 한국은 AI 시대 핵심 부품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반대로 한쪽이 무너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도 있다.

엔비디아발(發) 훈풍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대한민국이다. 엔비디아의 GPU가 AI의 '두뇌'라면, 이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혈관'은 한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지배자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HBM3E 제품의 독점 공급으로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으며, 곽노정 CEO는 공격적인 생산능력(캐파) 증설로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맹추격에 나섰다. HBM3E 및 차세대 HBM4 제품의 공급망 진입을 가속화하며, 전영현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기술 격차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두 기업의 동반 상승은 코스피 지수를 강력하게 견인하며, 오랜 기간 이어진 '박스피(박스권 코스피)'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코스피 4,000 회복... '5,000 시대' 현실로

엔비디아가 쏘아 올린 공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Re-rating)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4,000선을 회복한 것은 단순한 수치 회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 증시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늪에서 벗어나, AI라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의 중심 국가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조심스럽지만 확신을 가지고 '코스피 5,000 시대'를 전망하고 있다. 근거는 명확하다.

첫째,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도래다. 과거의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과 달리, AI 주도의 이번 사이클은 가격 변동성이 적고 수요 지속성이 강한 '초호황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HBM과 AI 가속기 수요는 향후 5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정책이 반도체 실적 호조와 맞물려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다. 미국과 유럽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5,000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합리적인 목표가 됐다"며 "반도체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맞물리면 향후 12~18개월 내 달성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변화의 파도에 올라탈 때

엔비디아의 역대급 실적 발표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환호했다. AI거품론을 종식시키고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코스피 5000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엔비디아의 역대급 실적 발표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환호했다. AI거품론을 종식시키고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코스피 5000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젠슨 황이 즐겨 쓰는 말이다. AI 거품론이라는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할 때, 엔비디아는 혁신으로 답했다. 그 확신이 실적으로 증명됐고, 그 온기가 이제 한반도에 도달했다. 코스피 4,000은 종착역이 아닌 환승역이다.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 올라탄 한국 반도체 산업, 그리고 그와 함께 춤추는 코스피는 이제 전인미답의 5,000 고지를 향해 힘찬 엔진을 가동했다. 지금은 의심할 때가 아니라,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고 그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야 할 때다. 숫자가 증명한 AI의 미래.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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