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문화의 사람, 어떻게 협상해야 할까?

협상을 하다 보면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생긴다. 이러한 글로벌 협상을 앞두고 있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 때 생길 수 있는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별로 특징적인 협상 문화를 알아보자.
미국 협상가들에게 협상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다. 즉,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려고 한다는 것. 시간 대비 효율에 가치를 두는 건, 핀란드나 네덜란드, 스위스 사람들도 비슷하다. 그래서 이들은 협상을 할 때 전문가를 파견하고, 권한 위임도 잘 하는 편이다. 그리고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내야 하기에, 통계적인 숫자와 사실을 중시한다.
독일 협상가들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함’이다. 이들에게 협상은 일직선과 같다. 한 단계, 하나의 안건에 대한 논의가 정확하게 끝나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중남미 협상가들이 다양한 협상 안건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에 비해, 독일사람은 미진한 사항을 그대로 두고 넘어가지 못한다.
프랑스 협상가들은 논리를 좋아한다. 협상을 통해 ‘답’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찾는다는 것. 그래서 처음에는 제안 내용에 반대를 하더라도, ‘논리’만 납득이 된다면 의외로 협상 타결이 쉬워질 수 있다.
일본인들은 거래 관계 이전에 ‘사람’을 알고자 한다. 상대를 알고 그에 대한 신뢰가 생겨야 비즈니스를 계획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기적 관계가 단기적 이익보다 우선시 된다. 이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만나야 한다. 이런 특성은 중남미나 아랍계 사람들도 비슷하다. 특히 중남미 사람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효율적인 시간’을 중시하는 미국사람들에겐 못마땅한 협상 파트너다.
중국 협상 문화는 ‘관계’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절대 ‘술’이 빠질 순 없다고도 한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절대 오해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이들이 얘기하는 진짜 ‘관계’는 “비즈니스적 이익이 전제가 된 관계’를 말한다는 것. 중국 협상가들은 항상 “선소인 후군자(先小人 後君子)”의 자세를 갖고 있다. 먼저 이익에 밝은 소인이 되고, 그 후에 의를 찾는 군자가 된다는 뜻. 아무리 비싼 술로 접대를 많이 해도, 그것이 비즈니스적으로 도움이 안 되면 무용지물임을 기억하라.
이처럼 국가에 따라, 문화적 환경에 따라 협상법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자세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A 국가는 이렇다더라”는 정보를 외우는 것에만 급급하다 보니, 정작 자신과 협상을 해야 하는 ‘개인’은 뒷전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협상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가 외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외국 파트너들이 ‘한국 사람들에겐 폭탄주 문화가 있으니 술 대접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며칠 동안 계속 저녁만 되면 술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건 배려가 아니다. 고문이다. 상대를 위해 하는 일이 오히려 점수를 깎는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상대가 속한 문화권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앉아 있는 협상 상대방 개인의 관심과 취향을 알고 맞춰주는 것이다.
기억하라. 글로벌 협상은 국가와 하는 게 아니다. 국가, 그리고 기업에 속해있는 ‘개인’과 하는 것이다. 어떨 땐 개인이 전체보다 더 크다.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최철규>
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현) 조선일보 Weekly Biz 고정 칼럼니스트
南開大(남개대) EMBA 겸임교수
IGM 부원장/ 협상스쿨 원장
전략커뮤니케이션 대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금융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