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성공을 위한 조건 – 핵심역량을 활용해야…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소림사 방장인 스융신(釋永信) 스님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반성문을 올렸다. “사찰의 신성함을 저버리고 젯밥에만 눈이 멀었던 지난날의 어두움을 뉘우친다.”는 내용이었다. 소림사뿐만 아니라 중국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조사를 해보니 스융신이 올린 반성문이 아니라 그의 아이디를 도용한 해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주지스님의 행적이 도대체 어쨌길래 이런 사건이 발생한 걸까?
1,500년 소림사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인 22세에 방장으로 취임한 스융신은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사찰을 운영했다. 말이 좋아 ‘비즈니스 마인드’지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과 다를 것이 없다. 쿵푸 세계공연을 비롯, 북미와 유럽에서 40개가 넘는 쿵푸 도장과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영화 제작에 투자하고 유통사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는 주류와 육류가공업체에도 이름을 빌려주고 있다. 부처님은 용서할지도 모르지만, 중국인들에게까지 그런 자비심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나 보다. 지나친 사찰의 상업화는 중국 사회에 극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반성문 해프닝도 종교의 돈벌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거부감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들에게도 쉬운 노릇이 아니다. 스님 최초의 MBA라고는 하나, 사업 경험도 없는 스융신 스님이 이런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신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잘하는 분야”로 들어가야 된다고들 한다. 이 말을 오해한 경영자들은 자기가 익숙한 분야, 즉 기존 사업과 비슷한 업종으로 확장하고 싶어한다. 해오던 일은 아무래도 익숙하고 편안하니까 말이다.
90년대 중반, 온라인 쇼핑몰이 세상에 선을 보였다. 기존 오프라인 백화점들은 ‘우리라고 못할 게 뭔가?’라고 생각했다. 팔아야 할 제품이야 이미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었고, 유통망이나 재고, 물류까지 이미 다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냥 기존 비즈니스에 홈페이지만 하나 얹어놓으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듣보잡(듣도 보다 못한 잡것)’이었던 신생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는데, 백화점이 만든 온라인 쇼핑몰의 실적은 어제나 오늘이나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왜였을까?
당연한 결과다.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이유는 오프라인보다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화점 쇼핑몰의 경우, 기존 오프라인 조직의 반발 때문에 매장 판매가보다 싸게 물건을 내놓을 수가 없다. 똑같은 물건을 매장에서보다 온라인에서 싸게 판다면 누가 발품 파는 쇼핑을 하겠는가? 뿐만 아니다. 성질 급하기로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한국 사람들 아닌가? 주문한 제품을 받는데 며칠씩 걸린다면, 이건 용서가 안 된다.
결국 잘하고 익숙한 분야로 사업도 확장하라는 말은 현재 사업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라는 게 아니다. 그랬다면, 소림사도 다른 종교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잘하는 분야로 확장하라는 말은 기존 사업을 통해 얻게 된 지식, 경험, 노하우 등의 역량, 그 중에서도 우리가 특히 잘하는 “핵심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확장하라는 의미다. 소림사의 경우, 핵심역량은 1,500년 이상 쌓아온 쿵푸 도장으로서의 브랜드였다. 80년데 성룡이 주연한 “소림사”라는 영화를 통해 우연찮게 브랜드를 살려낼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갖은 공을 들였다. 인터넷이 아직 자리를 잡기도 전인 1995년에 벌써 소림사 홈페이지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한 기업이 소림사라는 상호를 사용하자 로열티 청구 소송을 걸어 10년 이상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보상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다음, 그걸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하나씩 넓혀간 것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건 다를 것이 없다.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분야로 뛰어드는 것이다. 나와 똑 같은 생각으로 뛰어드는 업체들 가운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뛰어난 역량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기존 사업과 비슷하니까 큰 실수는 하지 않겠지.’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 기존 사업을 통해 어떤 노하우를 축적했는지, 그리고 그 노하우가 새로운 분야에서도 성공의 핵심요인으로 써먹을 수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랬을 때, 신사업에 따르는 리스크를 확실하게 줄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HSG 이우창 소장 프로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사, 석사, 박사
Schulich School of Business (York University) MBA
HSG 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장
IGM 기업교육본부 부본부장
한국능률협회 컨설팅(KMAC)전략그룹장
